신화팬픽(중편/완결) - 너의 세월

완결편. 청소년 관람가 주의

모처럼 회의가 있어 카페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뭐가 다가온다 싶더니 느닷없이 어깨를 꽉 무는 바람에 으악, 비명을 지르고 보니 민우였다. 실실 웃어대는 얄미운 얼굴 너머로 건너다보니, 혜성보다 먼저 당한 모양인지 카페로 들어오는 동완이 울상을 지으며 팔을 문지르고 있었다. 여기가 연습실도 아니고. “얘가 왜 이래. 어깨 깨물고 팔 깨물고. 니가 개...

민우 사이드

살짝 식어버린 피자와 치킨을 둘이서 해치우며 한가롭게 잡담을 떨었다. 그렇게나 강렬하게 폭발했던 감정이 가라앉고 나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마지막 피자 한 조각을 손에 들고 오물오물 베어먹다, 혜성은 문득 떠오른 궁금증을 입 밖에 냈다. “근데 너 있잖아, 우리 집 와서 라면 끓여먹은 날. 내가 뭐...

청소년 관람가 주의

언제나처럼 콘서트는 성황이었다. 다행히도 사고 없이 무사히 끝마치고 나니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덕분에 원래도 인도어파인 혜성은 간만의 휴일을 이불 속에서 날려보내는 게 스케쥴이 되어버렸다. 드라마 촬영으로 바쁘지만 않았어도 윗집 주민놈이 종종 습격해 줬겠지만, 그렇다고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뭐하냐?] 일상적인 한 마디에 심장이 콩닥거리는 나날이기...

“형, 왔어?” “오, 우리 앤디 일찍 왔네. 굿모닝.” 연습실 안으로 들어서자 앤디가 눈에 띄어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휘 둘러봐도 민우가 없었다. 아직 안 왔나. 그 때, 갑자기 앤디가 다 안다는 듯 싱글싱글 웃으며 혜성의 어깨를 툭 쳤다. “형 그저께 민우형이랑 한 잔 했다면서. 근데 마시기는 형이 훨씬 더 마셨다면서 어째 표정은 민우형이 더 죽을...

혜성은 무대 한가운데 항상 서는 그 곳에 서 있었다. 공연을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함께 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관중은 꽉 들어차서 함성을 질러대고, 무대 뒤 콘서트 스탭들의 심각한 시선이 피부에 따갑게 닿아왔다. 공연을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무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민우야. 관중들의 함성이, 스탭들의 시선이, 점점 공기와 섞여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들어오기 전에 슈퍼에 들러서 사온 소주병들이 안에 고이 잘 들어있나 괜히 냉장고 문을 열어 확인 한 번 해 보고, 혜성은 아까부터 몇 번이나 확인했던 휴대폰을 다시 집어 카톡을 열어보았다. - 장 좀 보고 조금 늦을 것 같으니까 먼저 가 있어 먼저 가 있긴 뭘 먼저 가 있어, 무슨 진수성찬을 만들려고. 요리도 나보다 못하면서.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어떻...

꿈을 꾸었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보는 다른 꿈이었다. 어째서인지 혜성은 콘서트 무대 위에 맘 편히 퍼질러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민우가 책상다리를 하고서 앉아 있었다. 현실에서와는 달리 그 얼굴을 보는 게 무척이나 반갑고 기분 좋았다. 이제 나 보이냐? 민우가 싱긋 웃었다. 너 어디 갔다 왔어. 무대 체크도 안 하고. 괜히 투정을 부려 보면서도 민우를 따...

“날씨 왜 이렇게 춥냐.” 전자렌지에 대충 데운 보리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불평해대는 민우를 돌아보기가 거북했다. 그래서 혜성은 냄비를 올리고 불 조절에 신경 쓰는 척하며 되도록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니 것도 끓일까? 먹을래?” “아냐, 됐어.” “그래놓고 뺏어먹을 거 다 알거든.” “헉, 들켰네. 역시 우리 혜성이는 날 너무 잘 알아.” 능청을 떨어대...

“허억!”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깨어난 혜성은 아 씨발, 또야,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벌써 며칠짼지 모른다. 악몽이라기엔 애매한 압박에 시달리다 한밤중에 깨어나는 일이. 열 받게도 항상 같은 내용의 꿈이라는 것만은 분명한데, 막상 잠에서 깨어나면 세세한 내용은 싹 사라져 버린다. 그저 어김없이 자신은 뭔가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고, 그렇게 불안하게 서 ...

예전 소설 리터칭

허억. 놀라서 일어나게 만든 괴성이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거였다는 걸, 잠을 완전히 깨고 나서야 깨달았다. 창 밖으로 눈을 돌려 보니 아직 캄캄했다. 침대 옆의 형광 탁상시계를 보니 짧은 바늘이 갓 세 시를 지나고 있었다. 멍청히 침대 위에 퍼질러 앉아서, 혜성은 방금 전까지 꾸던 꿈을 찬찬히 되짚었다. 이미 상당 부분이 날아가 버려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